청년유니온, 전국 미용실 198곳 대상 실태조사
유명 프랜차이즈업체 5곳, 예상 체불 534억원
1 전문대 미용학과를 졸업한 A씨는 현재 다니고 있는 프렌차이즈 미용실에서 3개월째 월평균 105만원을 받고 일하고 있다. 오전 9시30분에 출근해
오후 8시30분에 퇴근하는 A씨의 평균 근무시간은 일주일에 66시간이다. 손님이 많은 매장으로 보이기 위해 쉬는 시간에도 서서 대기해야 한다.
#2 미용업무를 하면서 2년째 허리디스크를 앓고 있는 B씨는 한달에 한번 병원치료를 받는다. 치료를 받을 때마다 9만원이 치료비로 빠져나간다. 모두
사업주 도움없이 자비로 부담한다. 샴푸나 염색약을 취급하는 동료들은 피부질환이 생기고 심하면 지문이 없어지기도 한다.
#3 유명 프랜차이즈 헤어숍이 운영하는 아카데미에서 미용교육을 받고 있는 C씨는 한달 4차례(1회 2만원) 진행되는 교육비를 모두 자비로 해결한다.
월급 100만원으로 교육비까지 부담하기 때문에 여가생활은 꿈도 못 꾼다. 3년 정도 걸려서 모든 교육을 통과해 디자이너가 된다고 해도 초봉은 140만
원 정도다.
국내 미용업계 종사자들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받으며 노동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것으로 파악됐다.
18일 청년유니온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2월까지 5개월동안 프랜차이즈를 포함한 전국 미용실 198개 매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미용실 스텝(보
조 미용사) 근로조건 실태조사 결과 미용실 스텝들은 평균 시급 2971원을 받고 주당 평균 64.9시간을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시간급 최저임금(4580원)의 64.8%, 올해 최저임금(4860원)의 61.1% 등에 불과한 금액으로 법정근로시간(40시간)을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
미용업계 종사자들이 주당 60시간이 넘도록 일하고 받은 월급은 평균 93만원이었다.
청년유니온은 조사가 진행된 개별 사업장에서 모두 최저임금법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특히 국내 굴지의 5개 프랜차이즈 미용업체들의 근무환경도 턱없이 열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저임금의 임금구조뿐만 아니라 체불임금액도 각 프렌차
이즈마다 100억원대를 육박했다.
전국 229개 매장과 해외 5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P업체는 지난해 매출 1500억원을 기록했지만 체불임금으로 추정되는 금액이 156억6000만원으로 추
산됐다.
169개 매장 규모를 자랑하는 L업체도 역시 1100억원 매출을 올렸지만 예상 체불임금은 119억4000만원으로 나왔다.
이 업체는 지난 2010년 4월 지식경제부와 KOTRA에서 주관한 토종 프랜차이즈 해외 진출 개설지원 사업대상으로 선정된 뒤 '2010 대한민국 신뢰기업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청년유니온에서 파악한 P, L 등 주요 프랜차이즈 미용업체 5곳의 예상 임금 체불액만 총 534억4000만원에 이른다.
청년유니온은 5개 프랜차이즈의 미용실(총 742개)의 매장당 스텝수를 4명으로 가정하고 각 스텝마다 체불금액을 50만원 상당으로 산정한 후 임금체불
의 법적 시효인 36개월로 계산해 전체 임금 체불액을 계산했다고 설명했다.
이들 프랜차이즈 업체에서 일하는 스텝들은 시간당 2760~3220원을 임금으로 받았고 주당 62.3~71.3시간을 근무했다.
청년유니온 관계자는 "개인이 운영하는 사업장까지 조사대상에 포함한다면 체불임금 규모는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고용노동부가 미용실 산업의 전반적 실태조사에 착수해 관련법 위반행위에 대해 엄단해야 한다"며 "지금까지 최저임금을 보장받지 못한 청년노동
자들이 임금을 보전받을 수 있도록 특단의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조사대상에 포함됐던 업체 관계자는 뉴스1과 통화에서 "우리 미용실은 직영점 4곳, 가맹점 150개 등이 전국적으로 운영 중인데 이번 조사
는 가맹점을 대상으로 진행된 것같다"며 "다른 프렌차이즈들과 달리 가맹점들은 개인사업자가 운영하는 체제라 최저임금, 근로시간 등을 강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직영점은 본사에서 직접관리를 하기 때문에 임금·근로시간뿐만 아니라 산재보험을 포함한 4대보험까지 모두 보조 미용사들에게 보장하고 있다
"고 강조했다.
이번 결과는 어느 한 업체의 문제가 아니라 미용업계 전반적인 풍토나 성향의 문제이기 때문에 미용보조사들의 처우개선에 대한 미용업계의 전반적인
동의가 있어야 해결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른 업체 관계자도 "우리는 가맹점들에게 노무사들을 통해서 매년 근로기준법을 각 사업자들에게 공지하고 지키라고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만 미용사는 기술자이고 업계 자체에 도제 시스템들이 강하게 뿌리 내리고 있어 이같은 문제점들을 단번에 고치기는 힘들지만 적어도 노동법을
업주들이 준수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청년유니온 측은 "가맹점들뿐만 아니라 직영점으로 운영되고 있는 미용실에서 근무를 하고 있는 스텝들도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는 것은 마찬
가지"라고 반박했다.
실제로 L업체 직영점에서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50일 근무를 했던 김모씨(20)에 따르면 근로기준법상 최저임금으로 계산했을 때 김씨가 받아야할
임금은 250만원 정도이지만 실제로 손에 쥔 돈은 120만원 가량이다.
김씨는 20일 고용노동부에 이같은 사안들에 대해 L업체를 임금체불 건으로 고발하고 특별근로감독을 신청 할 계획이다.
아울러 청년유니온은 100% 직영점으로 운영되고 있는 J업체도 사정은 마찬가지라고 꼬집어 말했다.
이에 대해 J업체 관계자는 "최저임금 이상의 급여를 지급하고 있고 근무시간 이외에 쉬는시간과 식사시간에도 서서 대기하라고 지시한 적은 결코 없
다"고 반박했다.
한편 통계청이 발표한 뷰티산업 이·미용업 사업체 주요 현황에 따르면 2011년 기준 전국 미용관련 사업체는 총 11만여곳으로 파악됐고 종사자는 18
만여명으로 집계됐다.